연어가 가르쳐 준 삶의 지혜
안도현의 《연어》를 읽고
Dr. Young B. Lee
8/4/20261 분 읽기
가을이면 연어들은 바다를 떠나 강으로 돌아온다. 태어난 고향을 찾아 수백, 수천 리를 거슬러 오른다. 물살은 거세고 길은 험하다. 폭포를 만나기도 하고 천적의 공격을 받기도 한다. 그럼에도 연어는 포기하지 않는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이끄는 듯 끝내 고향에 이른다.
스무 살 무렵 고향을 떠난 지 칠십 년이 넘었다. 아흔이 넘어 다시 찾은 고향에서 “연어”를 읽고 있으니, 나 또한 귀향길에 오른 한 마리 연어인지도 모르겠다.
안도현의 『연어』를 읽으며 오래도록 그 이유를 생각했다. 왜 연어는 편안한 바다를 버리고 위험한 강길을 택하는 것일까?
아마도 그것은 생명의 본능만은 아닐 것이다. 그 길은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잊지 않으려는 귀향의 길이며, 삶을 완성하기 위한 마지막 순례의 길인지도 모른다.
생각해 보면 우리 인생도 연어의 여정과 닮아 있다.
젊은 시절 우리는 넓은 바다를 향해 나아간다. 공부하고, 일하고,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키우며 세상이라는 큰 바다에서 쉼 없이 헤엄친다. 그 시절에는 앞만 보고 달린다. 성공이 중요하고 경쟁이 중요하다. 더 높은 곳,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삶의 목표처럼 보인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조금씩 시선이 달라진다.
어느 날 문득 지나온 길을 돌아보게 된다. 무엇을 이루었는가보다 어떻게 살았는가를 묻게 된다. 얼마나 많이 가졌는가보다 누구를 사랑했는가를 생각하게 된다.
연어가 고향을 찾아가듯 우리도 인생의 후반부에 이르면 삶의 본질로 돌아가고 싶어진다. 어린 시절의 추억, 부모님의 얼굴, 고향의 냇물 소리, 잊고 지냈던 그리움들이 마음속에서 다시 살아난다.
안도현은 연어를 통해 한 가지 중요한 진실을 들려준다.
가장 아름다운 것은 떠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거슬러 오르는 것이라고.
세상은 늘 편한 길을 권한다. 나이가 들면 쉬라고 하고, 포기하라고 하고, 이제는 늦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연어는 물살을 따라 내려가지 않는다. 힘겹더라도 거슬러 오른다. 생각해 보면 우리 주변에도 그런 연어들이 있다.
병을 이겨내기 위해 운동을 계속하는 사람, 기억력을 지키기 위해 새로운 것을 배우는 사람, 외로움을 이기기 위해 이웃을 찾아가는 사람, 상처를 안고도 용서를 선택하는 사람이 그렇다.
그들은 모두 자신만의 강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들이다.
나는 바이오 시니어 그룹 회원들을 보면서 종종 그런 생각을 한다. 많은 사람들이 노년을 쇠퇴의 시기로 여기지만, 우리는 건강을 배우고 삶의 의미를 나누며 더 나은 내일을 준비한다. 그것은 나이를 거슬러 오르는 일이 아니라 무의미함을 거슬러 오르는 일이다.
연어는 마침내 고향에 도착하여 새로운 생명을 남기고 생을 마친다. 그러나 그것은 끝이 아니다. 자신의 생명을 다음 세대에 이어 주는 아름다운 완성이다.
우리도 언젠가 인생의 마지막 강가에 서게 될 것이다. 그때 우리가 남길 것은 돈이나 명예가 아닐지 모른다. 누군가에게 건넨 따뜻한 말 한마디, 함께 나눈 사랑, 그리고 다른 사람의 삶을 조금 더 밝게 해 준 기억들일 것이다.
연어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런 생각이 든다.
인생의 가치는 얼마나 오래 살았느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의미 있게 거슬러 올랐느냐에 있는 것은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