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무지가 컨도가 되기까지
Dr. Young B. Lee
8/4/20261 분 읽기


한때 미국에서는 은행이 돈을 빌려주기 바빴고 사람들은 부동산을 사들이기 바빴다. 2000년대 초반 이야기다. 은행은 대출로 돈을 벌고, 사람들은 집값이 오르니 돈을 벌었다. 모두가 행복해 보였다.
그 무렵 내가 살던 아리조나에도 건축 붐이 일어났다. 친구의 소개로 5에이커 땅을 하나 샀다. 그런데 놀랍게도 6개월도 안 되어 팔렸고 제법 큰돈이 남았다.
사람이란 참 단순하다. 한 번 돈 맛을 보면 두 번도 해 보고 싶어진다.
그래서 또 땅을 샀다. 이번에도 몇 달 만에 팔려 큰 이익을 남겼다. 평생 손발을 움직여 돈을 벌던 내가 투자라는 신세계를 발견한 순간이었다. 마치 돈이 돈을 낳는 마법을 배운 기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캐나다 여행 중에 부동산 중개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좋은 물건이 나왔습니다. 80에이커인데 88만 달러입니다.”
나는 현장에 가 보지도 않고 덜컥 계약했다.그때만 해도 세상 모든 땅은 시간이 지나면 값이 오른다고 믿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겼다. 1년이 지나도 안 팔렸다. 2년이 지나도 안 팔렸다. 5년이 지나도 안 팔렸다.
그때 깨달았다. 마법사의 요술이 끝났다는 것을.
그리고 어느새 20년이 흘렀다.
나는 매년 세금만 내면서 그 땅의 존재를 잊고 살았다. 어쩌면 땅도 나를 잊고 살았을 것이다.
그런데 돈이란 녀석도 나름의 성격이 있는 것 같다. 누구에게는 달라붙고 누구에게는 도망간다. 누구 손에서는 꽃이 되고 누구 손에서는 연기가 된다.
어느 날 딸에게 이 골칫덩이 땅 이야기를 했다.
딸은 웃으며 말했다.
“아버지, 제가 한번 알아볼게요.”
며칠 뒤 딸에게서 연락이 왔다.
“사겠다는 사람이 있어요. 10만 달러요.”
나는 귀를 의심했다.
20년 동안 꿈쩍도 않던 땅이 드디어 팔린 것이다.
마치 오래 앓던 치통이 하루아침에 사라진 기분이었다.
버리려 했던것을 몇푼 건젔으니
고마운 마음에 아내와 나는 딸에게 만 달러를 사례금으로 주었다. 딸도 좋아했고 우리도 기뻤다.
그런데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마침 우리가 살고 있는 타워 건물에 똑같은 구조의 콘도가 하나 나왔다. 방 두 개, 욕실 두 개. 가격은 공교롭게도 정확히 10만 달러였다.
동부에 살던 자녀들이 돌아가신 부모님의 집을 정리하며 급히 내놓은 매물이었다.
20년 동안 잊어버리고 살았던 아리조나의 황무지가 어느 날 라구나 우즈의 편안한 보금자리로 변신한 것이다.
생각해 보면 돈은 참 이상하다.
잡으려고 할 때는 도망가고, 잊고 살면 어느 날 슬그머니 찾아온다.
승자는 웃는다.
그러나 인생은 승자만 웃게 만들지는 않는다.
오래 참고 기다리다 보면,
패자에게도 웃음이 찾아오는 날이 있다.
돌아보니 나는 돈을 쫓아다닌 것이 아니라,
돈이 가르쳐 주는 세상살이를 배우고 있었던 것 같다.
승자는 웃지만 패자도 살다 보면 웃을 일이 생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