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의 유대와 아들의 여정

박연폭포가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부모의 사랑.

Dr. Young B. Lee

8/4/20261 분 읽기

대폭포중하나로알려진개성의박연폭포에는다음과같은전설이전해내려온다.고려초엽, 개성 천마산 기슭에 일흔 살이 넘은 노모를 모시고 사는 효성이 지극한 박진사라는 노총각이 있었다. 하루는 그가 산에 올라 퉁소를 불고 있는데 절세미인이 나타났고, 진사는 넋을 잃고 그녀를 따라갔다. 여인은 성산 (聖山) 지키는 천년 묵은 용녀(龍女)였다. 결국 박진사는 용녀를 따라 폭포수 아래 깊은 속으로 들어가 돌아오지 않았다.

집에서 아들을 기다리던 노모는 산에 올라갔다가 위에 둥둥 있는 퉁소를 보고 아들이 죽었다고 생각했다. 어머니는 아들 없는 세상을 살아 무엇하랴 체념하며 자신도 못에 몸을 던졌다.후세사람들은박진사가빠진못이라하여그폭포를박연폭포라불렀다고한다.

전통적으로 이야기는 효성이 지극한 아들과 자식을 끔찍이 사랑하는 어머니의 관계를 그린 설화로 평가받아 왔다. 하지만 오늘날의 젊은이들은 이를 조금 다르게 해석할지도 모른다.

박진사에게는 '효심' '자립' 사이의 갈등이,어머니에게는자식을향한끈끈한

'애착의끈' 풀어주지 못한 아픔이 담긴 우화로 있지 않을까.


미국의 심리학자가 "부모가 언제 자신을 놓아주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연구를 진행한 적이 있다. 대부분은 집을 떠났을 ,즉고등학교나대학교를졸업하고타주로떠났을때라고답했다.

"21세에결혼했을때"라거나, "26세에 부모의 도움이나 간섭 없이 독립적으로 살겠다고 마음먹었을 "라는 응답도 있었다. 어떤 이들은

"어릴때부터부모님과친구처럼지냈다" 했고, 누군가는 "38세에 엄하시던 어머니가 중풍을 앓아 나의 도움이 필요해지면서 비로소 끈을 조금씩 풀어주셨다" 고백했다.

미국사회는비교적일찍자녀의독립을준비시키며부모와자녀간의심리적거리를인정하는문화가있다. 그러나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상황은 그리 간단치 않다. 우리 이웃에는 서른이 넘은 막내아들과 함께 사는 예순 가까운 홀어머니가 있다.이따금만나면

"우리아들이어서결혼해야할텐데" 하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신다. 아들이 결혼하면 자신은 멀리 떨어져 혼자 거라는 말도 덧붙인다. 고부간의 갈등을 예방하고자 스스로 마음의 준비를 하는 모습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아들의 결혼은 차일피일 늦어지고만 있다.

젊은시절나는 '개별화(Individuation)'라는 심리학 이론을 공부했고, 부모는 자녀를 독립된 인격체로 인정해야 한다고 학생들에게 가르쳤다. 그런데 아흔이 넘은 지금,나는그이론을책이아니라사람들의삶을통해다시배우고있다. 내가 사는 공동체만 보더라도 여전히 어머니는 아들을 놓아주지 못하고, 아들은 어머니의 기대에서 벗어나지 못한 함께 늙어가는 모습을 쉽게 접한다.


아이가태어날때탯줄은의사가끊어준다.하지만이후 10, 20년을 키우며 형성된 심리적 끈은 부모 스스로가 끊어주어야 한다. 끈은 육체적인 것이 아니기에 단번에 잘라낼 수도,완전히끊어낼수도없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잡아당겼다가 놓아주며 서서히 풀어가는 것이다.

사랑하기때문에붙잡는것이아니라,사랑하기때문에조금씩놓아주는법을배워야한다. 어쩌면 부모가 자녀에게 있는 가장 마지막이자 위대한 선물은 '온전한 자유'일지도 모른다.

부모가 자녀를 놓아주기 어려운 것은 사랑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너무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금 깊이 들여다보면 사랑 뒤에는 두려움이 숨어 있다. '혹시 잘못되면 어떡할까.' 하는 마음이다. 결국 놓아준다는 것은 자녀를믿는 일인 동시에, 부모 자신의 두려움을 내려놓는 용기이기도 하다